LER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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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osis

감정은 아름다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원론적 대립으로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맥락으로 정렬해 있던 서로 다른 시간의 뭉치들이 기어이 탈락하고 소멸할 때, 감정은 움직입니다. 운동이 과정을 거쳐 종료될 때, 혹은 종료되지 않을 때,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때, 의도와 결과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때, 우리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 감정이 미의 존재 가능성입니다.

맥락 가운데 비로소 감정이 발생합니다. 감정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다양한 사건들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사건은 서로 침범하고 겹쳐집니다. 각 사건들의 층차와 개입의 방식에 따라 세부적인 시간은 다르게 흐르며, 그곳에 인과나 당위는 없습니다.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완성되지 않은 사건, 사건의 침범 등을 경험함으로써 잠재된 사건의 다른 면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실재의 구조들 안에서 일반 원리로 이해될 수 없는 감성적 지각의 증거들을 인정함으로써 대상의 재인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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